변화하는 메타버스

변화하는 메타버스

변화하는 메타버스

메타버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고, 특히 제패토나 이프랜드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절대 할 일이 없는, 정말 먼 세계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나의 추억들이 담겨있는 싸이월드가 메타버스 아닌가? 또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주니어네이버에 있었던 동물농장이나 파니룸도 메타버스의 시작이지 않았을까? 동물농장이나 파니룸과 달리 싸이월드는 정말 다양한 모습을 내 마음대로 꾸미고 친구를 찾아가 소통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처럼 실시간 양방향 소통은 불가능했지만, 동시에 접속해 페이지 새로고침만 누르면 바로바로 소통을 이어나갈 수 있는, 수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접해본 메타버스였던 것이다. 최근 싸이월드의 부활로 많은 사람들이 흑역사로 고통받고 있지만, 싸이월드의 목적은 단순히 흑역사를 끄집어내고 사람들로 하여금 추억여행을 하게끔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한 템포 이르게 메타버스를 출시했던 싸이월드가, 메타버스의 흐름 속에 다시 배를 띄워 흘러가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메타버스 세계

메타버스는 디지털 세상 속에 구현되기 때문에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들을 충분히 구현하고, 표현할 수 있다. 가령 유니콘같은 신비의 동물도 키울 수 있는 것이 메타버스이다. 하지만 메타버스의 상당 부분은 현실에서 착안되었다. 건물, 옷, 캐릭터의 외형, 사물 등 대부분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을 가지고 온 것이다. 이는 사람들의 메타버스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자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릴 때 공상과학소설만 읽었다 하면 대체 무슨 말인지, 본 적도 없는 상상 물들에 대한 거부감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실에 있는 많은 것들을 끌어와야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부분이 메타버스 속 영상에 구현된 것 같다. 하지만 메타버스와 현실을 놓고 본다면 점점 메타버스가 현실보다 우위에 올라오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어느 정도 메타버스가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지만,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메타버스가 현실을 앞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지 않고 인터넷을 켜 친구와 아바타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그 예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학생회를 같이 했던 사람들과도 직접 만나지 못해 인터넷을 켜서 대화를 나눈다거나, 가까이 살고 있는 절친과 밤늦게 만나기 곤란해 동물의 숲 통신으로 서로의 섬에 놀러 가 대화를 나누는 등의 경험이 존재하기도 한다.

메타버스의 현실활용

기업의 취업설명회를 메타버스에서 진행하기도 했고, 직장 면접을 메타버스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이 넓은 편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서 좋은 것 같지만, 과연 좋기만 한 것 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가 메타버스를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불편한 점이 없어서이다. 눈이 보이고, 말을 하고 들을 수 있으며, 지적 수준에 문제가 있지 않다. 또, 우리가 정보를 접하고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적용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젊은 세대라 그렇다. 하지만 내가 말했던 이 상황들 중 단 한 가지라도 해당되면 어떨까? 메타버스도 결국은 빠른 시대변화 속에 천천히 시간을 흘려보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키오스크만큼 불편한 존재인 것이다. 물론 몸이 불편해 움직임이 힘든 사람이 메타버스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일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일 수 있지만, 그 배움의 과정이 과연 쉬운 과정일지, 모두에게 공평한 정도의 수준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한다.